[기사] 얼바노, 펑크솔 열풍 이어가는 듀오

얼바노, 펑크솔 열풍 이어가는 듀오  
감성을 적시는 ‘도회풍 펑크’

[조선일보 한현우 기자]
좋은 음악은 스스로 향기를 뿜는다. 제아무리 초대형 뮤직비디오를 동원한 ‘골리앗 음악’이라 해도 영특하게 반짝이는 음악의 물맷돌 앞에서는 무력하게 급소를 노출하고 마는 법. 대형 기획사의 음반도 줄줄이 물을 먹는 최악의 음반시장에서 톡 불거져 나온 얼바노(Urbano)의 앨범이 바로 그런 다윗의 차돌 같은 음악이다.

얼바노의 멤버인 스물여섯 동갑내기 전영진과 김중우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3학년때 같은 반이었다는데 ‘그땐 잘 몰랐다가’ 1998년 우연히 다시 만났다. 만나고 보니 둘 다 ‘나름의 방법으로’ 음악을 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음악도 비슷했다. 그래서 얼바노를 결성했다. 펑크(Funk)와 솔(Soul)을 기본으로 세련된 컨템퍼러리 흑인음악을 하기로 했다.

지난 2002년 얼바노는 자작곡 20곡을 담은 1집 음반 2000장을 자비(自費)로 찍어 인디음악 전문매장에 내놓았다. 이 음반이 모두 팔려나가면서 소문이 돌았고, 음반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들 음악을 불법 MP3파일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주고받았다. 그 대표곡은 ‘내 탓이지 뭐’. 전영진의 펑키한 기타와 김중우의 흥겨운 앨토 색소폰에 잘 다듬어지고 절제된 보컬이 어울려 말 그대로 반들반들 윤이 나는 ‘어반(Urban) 사운드’가 돋보이는 노래다. 라디오의 음악전문 프로그램에서도 격려를 받으면서 힘을 얻은 이들은 지난주 1집과 새로 녹음한 2집을 동시에 정규 발매했다.

“1, 2집 모두 단지 ‘이런 음악을 해보자’ 해서 만든 음반이에요. 이렇게 정식으로 발매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우리가 작업한 것을 기록해 두려고 했을 뿐인데….”

전영진은 서강대 영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 인터넷 포털회사에서 게임음악을 만들고 있다. 김중우는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과 휴학생이다. 외모로 봐서는 전형적인 책상물림 같은 두 사람이지만 음악적 이력은 의외로 탄탄하다. 박효신, JK김동욱, 조PD의 음반에 작곡·편곡·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기타와 베이스, 키보드를 연주하는 전영진은 작곡과 프로듀싱 능력이 뛰어나고, 색소폰과 플루트, 클라리넷을 부는 김중우는 재즈 타악주자 류복성과 함께 밴드 생활을 해왔다. 두 사람 모두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한 적은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기타를 쳤어요. 헤비메탈을 주로 듣고 연주했죠. 그런데 어느날 ‘어스, 윈드 &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노래 ‘셉템버(September)’를 듣고 음악적 기호가 180도 바뀌었죠.”(전영진)

“중 2때 리코더를 꽤 잘 불었는데 친구들은 모두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악기를 하더라고요. 뭔가 악기를 하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라디오에서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인 더 네임 오브 러브(In The Name of Love)’를 듣고 그쪽 음악을 듣게 됐어요.”(김중우)

이들은 1집에 20곡, 2집에 14곡이나 담았다. 곡수가 많은 1집이 오히려 더 짜임새 있게 들린다. 전영진은 “아무래도 그때는 모든 것을 이 한 장에 다 담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1집에서는 ‘내 탓이지 뭐’를 비롯, ‘아이 갓 에브리싱 벗 유(I Got Everything But U)와 ‘내가 가진 축복’, ‘너뿐이라고’가, 2집은 ‘미싱 유(Missing You)’, ‘너라는 존재에게’, ‘누가 뭐라 해도’가 먼저 추천할 곡이다. 그간 우리 대중음악에서 양념 역할에 그쳤던 관악기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일렉트릭 기타와 함께 도회적으로 세련된 음악을 완성한다. 전영진의 기타는 간간이 메탈 기타의 꼬리를 내비치며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1집에 수록된 연주곡 ‘올빼미’는 그중 두 사람의 연주가 불을 뿜는 ‘물건’에 속한다.

“이번 음반 두 장으로 우리 음악의 가능성만 확인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하고픈 음악을 아무런 제약 없이 할 수 있다면 최고 아닌가요?” 너무나 당연한, 그러나 우리 대중음악계가 그간 짓밟아버린 ‘음악의 ABC’를 얼바노는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

One thought on “[기사] 얼바노, 펑크솔 열풍 이어가는 듀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