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여우.
언젠가 언니네 이발관 홈페이지에서 보컬 이석원님이 교통사고로 입원한 정균씨에게
입원한 동안 읽으라고 사다주겠노라고 한 일기를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엔 그 책이 조금은 철학적인, 조금은 심오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정도인줄로만 알았다.

며칠 전 출퇴근 길에 읽을 책을 고르느라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배송비를 맞추느라 괜찮은 책이 없을까 하고 할인코너를 뒤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책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이 지은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로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시리즈의 한권이었다.

풉!!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니..
더군다나 그런 책을 서른이 넘은 아저씨한테 읽으라고 추천해 주다니..
다소 웃기기도 했지만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길래 싶은 마음에..
어차피 배송비도 아낄겸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주문했다.

배송받은 책을 펴 보니 동화책을 넘어서서 이건 그림책이었다.
얇은 양장본에 앞뒤 책장 두께만으로도 전체 책 두께의 절반이고..
나머지의 책 내용도 그림이 거의 대부분, 각 페이지마다 글자는 그다지 많지 않은
정말로 말 그대로의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책이었다.
아이고, 당혹스러워라..

(사진출처 : 디앤샵-리브로)


퇴근하는 길 버스 안,
함께 구매한 심리에세이 책을 읽을 요량으로 가방을 열었다가 다시 날 보며 웃고 있는 여우아저씨를 보았다.
그래, 뭐 어차피 몇글자 안되고 금방 읽을거 같은데.. 후딱 읽어보지 뭐.
가벼운 마음으로 동화책을 열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지만 않았어도 꺼내 읽지 않을 책이었다.

이야기 줄거리는 책의 두께만큼이나 굉장히 단순해서 10분도 안걸려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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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독히도 좋아하는 여우아저씨는 항상 책을 다 읽으면 그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덥썩 물어 먹어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원하는만큼 책을 사서 읽고 먹어버리기엔 가진 게 없는 여우 아저씨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본 후 먹어버리기도 하고 급기야는 아무 잡지나 전단지 등을 읽다가 털이 빠지고 기운이 없어지기도 한다.
결국 배고픔에 굶주린 여우아저씨는 길모퉁이 서점에서 책을 훔치다가 감옥에 갇히고 마는데..

감옥안에서도 책에 굶주린 여우아저씨는 자신이 직접 책을 만들어 읽기로 결심하고 간수아저씨에게 종이와 펜을 부탁하여 글을 짓기 시작한다.  워낙에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던 여우아저씨는 재미난 이야기를 술술 지어내고 마침내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종이와 펜을 대 주며 여우아저씨의 재미난 이야기를 지켜보던 간수아저씨는 여우아저씨가 지은 책을 다 먹어버리기 전에 먼저 빌려볼 수 있도록 부탁하여 책을 읽어보고는 복사본을 만들어 둔다. 간수아저씨는 여우아저씨에게 함께 이 책을 출판할 것을 제안하고, 여우아저씨가 이를 수락해 곧 여우아저씨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고 간수아저씨는 큰 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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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후
왜 이 책을 석원님이 정균씨에게 추천해주고자 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은 방대한 자양분을 토대로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도 커지게 되는 것이니까..
방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된 여우아저씨처럼 말이다.
그러한 자양분을 섭취함에 있어서도 아무것이나 취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좋은 것을 가려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니까.. 역시나 광고 전단지나 읽다가 털 빠지고 기운 없어지는 여우아저씨처럼 말이다.

아이들 용이라고 재미삼아 읽은 가벼운 이야기였지만,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나에게도 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또 한번쯤 더 읽어봄직한 책이다.